개인/알바

고등학생 쿠팡 상하차 후기

모봄 2021. 9. 24. 15:35

고3 2학기인 지금 자습시간만 넘쳐나기에 공부를 하거나 돈을 벌거나 둘 중 하나를 고르기로 했다.
대학교는 거의 정해진 상황이고 하향으로 넣었기에 무조건 붙을 것 같다. 그렇기에 나는 알고리즘 공부를 하면서 알바를 하기로 결정했다.
알바몬이나 알바천국에 들어가면 무조건 쿠팡이 있는데 쿠팡 상하차 하면 힘들고 몸도 상할거 같았기에 고민하다가
그래도 경험은 해보자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9월 3일 금요일
학교 끝나자마자 친구 2명과 택시 타고 안산 쿠팡을 갔다. 원래는 1명 더 있는데 하필 오늘 아파서 조퇴해버렸다.

처음에 아무것도 몰라서 목장갑이랑 커피를 사서 쿠팡 안으로 들어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사람들 따라 일자로 줄 서서 들어갔는데 우리 차례일 때 안내원 아저씨가 처음이시죠? 하면서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대부분 거기서 주니까 아무것도 안가져가도 된다.)
 
 
그리고 안전교육 1시간 듣는데 30분까진 열심히 듣다가 너무 지루했다.
나는 오후 조(18시~4시) hub(상하차)를 했는데 힘들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지는 않은 그런 느낌이었다.

알고 보니 상하차를 둘 다 하는 게 아니라 상차랑 하차 두 개로 나뉘는데 내가 한 것은 상차였다.
상차는 여자가 50% 될 정도로 일도 그리 힘들지 않고 할 만했다.

그냥 상자로 테트리스 하는 느낌 정도였는데 옆에 있는 사람 때문에 더 힘든 것 같다. 이상한 사람이 좀 많이 있었다.
 
 
근데 레일타고 오던 상자가 갑자기 터져가지고 비락식혜 20개가 사방으로 튀었는데
관리자가 나한테 뭐라 하면 어쩌지 하면서 걱정하고 있는데 그거 보신 아저씨가 옆으로 와서 상자가 잘 터지니 어쩔 수 없다면서 도와주셨다.
감동 먹기도 했고 이상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구나 느꼈다.
 
 
일이 거의 끝날 때쯤 점심시간을 주는데 밥이 학교 급식보다 맛있었다. 그리고 쿠팡의 복지 중에 하나 음료수가 300원이다.

앞에 아저씨가 포카리스웨트만 4개 사서 가방에 챙겨 가는 거 보니까 좀 웃겼다. 그래서 나도 포카리스웨트랑 초코 라떼랑 여러 가지 사서 책가방에 넣었다.
 
 

 
친구랑 같이 갔는데 말할 시간은 점심시간 쉬는 시간 빼면 딱히 없었다. 그래도 새로운 경험이었고 생각보다 재밌었다.

그리고 월요일 돈 들어올 때 통장에 1000원도 없었는데 14만 원이 돼있는 거 보고 기분이 좋았다.

용돈을 안 받기에 사고 싶은 물건을 중학생 때부터 사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사면서 희열을 느끼니 다음에도 하고 싶어졌다.
 

9월 5일 일요일
아파서 못간 친구와 한번 더 갔다.
이번에도 상차를 할 줄 알았는데 갑자기 하차로 가서 이게 뭐지.. 하면서 멍 때리고 있었는데 이게 유튜브로 보던 극한직업에 나오는 것이었다.
이걸 사람이 하라 만든 건가 싶을 정도였다. 옆에 근육질인 형도 힘들어하는데 지방뿐인 내 몸으로는 많이 힘들었다.
 
레일 타고 온 상자를 트럭에 옮겨서 쌓는 작업인데 처음엔 할만한 거 같았는데 5초 가만히 있으면 물건이 3개 쌓이는 정도면 이해가 될 것 같다.
새벽이라 시원해야 되는데 트럭 안에는 단열이 되어있고 열이 밖으로 안 나가서 에어컨으로 시원하게 해줘야 된다.
근데 문제는 에어컨이 작아서 일하는 곳까지 차가운 바람이 하나도 안 온다..
 
땀 뻘뻘 흘리면서 일하는데 3시간 됐나? 하면 1시간 지나있다. 돈 생각하며 끝까지 했는데 옆에 있는 형이 나한테 도망갈 줄 알았는데 안 갔다면서 대단하다고 해주셨다.
원래 하차에서 도망가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확실히 도망 갈만한 것 같다.
 
 
일요일에 가서 월요일 새벽 5시에 집에 도착하고 3시간 잠자고 바로 학교를 가니 진짜 너무 피곤했다.
8교시 전부 자습이기에 쭉 잠을 잤다. 중간에 몇 명이 깨우긴 하는데 그래도 몸이 힘들어서인지 잠이 바로 온다.
솔직히 말하면 하차는 다시는 하기 싫다. 상차보단 사람들이 좋았지만 좀 에바인듯..
 
 
하지만 다시 할거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한다.

돈을 진짜 많이줘서 다음에도 할거다.

 
내가 할 땐 인센티브가 5만 원에 야간수당 붙어서 하루 일했는데 15만 원 벌었다. 1시간 연장하면 추가 수당으로 2만 원 더 받는다. 힘든만큼 벌고 가고 싶을 때 갈 수 있으니 가끔씩 할만한 것 같다.